63 정말 깜깜한 밤 수필집 용인, 용인사람들



정말 깜깜한 밤


정말 깜깜한 밤, 경험한적 있어요?
눈을 감으나 뜨나 마찬가지로 까만 밤 말이에요.
태초의 우주공간으로 돌아간 그 느낌, 지금 생각해도 황홀하다. 대학 1학년 때 학교에서 스케치여행을 직지사로 갔다. 까만 밤중에 으뜸은 직지사의 밤이다. 정말 까맣다. 한참 지나 어둠에 익숙해져야 희미하게 사물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 별빛이 이렇게 밝은지도 처음 알았다. 깡충 뛰어올라 손을 휘저으면 오색 창연한 별이 쪼로롱 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 같았다. 별 색깔이 ‘빨주노초파남보’로 빛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아, 깜깜한 밤에 빛나던 아름다운 별.
지금도 빛나는지 궁금하다.

너희들이 진짜 깜깜한 밤, 별이 빛나는 거 봤어?
깜깜한 밤도 모르면서 까불고 있어!!
꽤 오랫동안 직지사의 밤 풍치를 경험한 것을 으스대며 살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잊고 지내던 까만 밤, 깜깜한 밤을 어비리저수지에 갔다가 겪었다. 이름도 예쁜 어비리저수지는 이동면에 있는 저수지다. 음식점에서 나와 차를 몬지 10여분도 안 돼 사방천지 어디를 봐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냥 깜깜한 것뿐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앞인지 뒤인지 무엇 하나 짐작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저 멀리, 저어기 아득히 멀리 보이는 불빛으로 어림짐작해 가야했다. 아, 이날은 별도 달도 다 자는지 하늘도 깜깜했다. 조금 가다보면 큰길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가도 가도 큰길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슬슬 조바심이 났다.

하이 빔을 켜고 주변을 살펴보니 그저 빙 둘러 논이다. 좁은 논길에 들어선 거다. 이럴 때 마주 오는 차라도 있다면 오히려 반갑겠는데 그 흔한 차 소리도 안 들린다. 가다보니 T자로 막힌 길이 나왔다. 양쪽으로 난 길은 좀 넓어 보였다.

아, 이제 좀 넓은 길을 만나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반가운 마음도 잠깐, 가파른 언덕이어서 불안했다. 잘못하면 T자로 난 길을 들어서자마자 낭떠러지 아래 개천으로 빠지는 거다. 내차는 수동이라 더 힘이 들었다. 오금이 저리고 애태운 끝에 겨우 올라섰다. 한밤중에 논길을 헤매다 집에 오기까지 고난의 길을 헤쳐 온 뿌듯함으로 한동안 화제로 삼았다.

“에이~, 뭐 그 정도를…….”
“어, 정말 깜깜했다니까요? 불빛하나 없었어요!”
까만 오지에서 헤매다 살아서 돌아온 걸 별거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불만이어서 강조했다. 그림까지 그리며 열을 올렸다.

“우린 그런 까만 밤을 50년 넘게 지켜왔지. 허허.”
“어……. 정, 말, 요……. 그, 렇, 군, 요.”
의기양양하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그러엄! 쌔카맸지, 암. 쌔까맣고 말고.”
지금도 용인 구석구석엔 새카만 밤이 즐비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수지전체가 다 깜깜한 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다.


------------------------------------------------
박남 시인이 만난 용인, 용인사람들

      박남 / 문학관(2005년 6월)
http://namfly.egloos.com/6990587
http://namfly.egloos.com/6990089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