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룻배 폴라로이드 에세이






나룻배

처음 나룻배를 만난 건 고등학교 때다.
낙엽만 굴러도 웃는다는 학창시절, 나는 어쩐 일인지 눈물이 많았다. 구르거나 구르지 않거나 눈물이 짓물렀다. 그러니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으로 시작하는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의 비애감에 젖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건 당연하다. 시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찌나 처량 맞던지 그냥 슬펐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동일시하는 감정에 충실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대학시절 나룻배를 처음 탔다.
청평 어디쯤일 게다. 많은 나룻배들이 쌍쌍으로 물위를 가를 때 한용운의 시구가 떠올랐다.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어색한 물놀이가 끝나고 난 뒤 괜한 죄책감이 들어 신발 밑을 보고, 내가 탄 나룻배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 그려> 눈을 꼭꼭 맞추고 돌아섰다. 마음이 아팠다.

세 번째 나룻배는 부산 송도다.
지금도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뒤늦은 사랑……. 스물 여덟에 풋사랑이라니. 무슨 용기였는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입을 맞췄다.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며 웃는 맑은 눈동자에 박힌 내 얼굴을 그냥 외면할 수 없었다.
송도바다의 풍경을 떠올리면 지금도 서투른 입맞춤이 아련히 가슴속으로 밀려든다. 보고싶은 얼굴, 그 바닷가….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 건너갑니다> 어쩌다 사랑이 파도에 휩쓸려 영영 떠나갔는지….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나룻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 맞으며 /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잔물결 같은 사랑도 흐르고, 집착 같은 사랑도 비 맞은 낙엽으로 바람 속을 뒹굴고…. 또 다시 사랑이 올까, 진한 맹세…. 도리질 치다 가슴깊이 심은 꿈같은 사랑도 다 떠나가고, 후회와 그리움 덩어리만 진하게 남았다.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낡아 갑니다 /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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