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수필집 용인, 용인사람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현수막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알 수 있다.
대학가의 현수막과 관광지의 현수막이 다른 것처럼 현수막은 그 시대상을 느낄 만큼 생활과 밀접하다. 상업적인 광고가 아닌 현수막을 보면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는 겨울이라 철원에 사진 찍으러 간 일이 있다. 아무개 딸이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현수막을 보며 시골은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이름을 크게 쓴 현수막이 물결친다. 학원에서 선전할 목적으로 내건 것이 아니니 따스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이다. 마을이 작아 누구나 다 아는 집안의 자녀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본인이야 얼마나 민망하고 창피한 마음이 들까마는 '경사 났네, 경사 났어' 하는 동네잔치니 어찌하랴. 오가는 사람들이 그걸 보며 한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몇 번씩 읽어본다. 나같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도 기념 삼아 사진을 찍는다.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겪은 일이 떠오른다.
온 동네사람들이 마주치기만 하면 인사를 했다.

"서울대에 합격했다며? 장하다, 장해!"
"아, 여자가 대학가기가 쉬운가? 그것도 서울대에?"
"어릴 때부터 착실하더만 기여 갔구만, 서울대!"

얼마나 민망하던지 나중에는 길에 나다니는 게 창피스러웠다. 이제와 생각하니 현수막을 걸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서울대도 아닌데 자꾸 서울대라고 하는 통에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집에까지 찾아와 축하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지금 현수막의 주인공 심정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가 아니고 상명여자사범대학교(현 상명대)라고 아무리 일러주어도 서울대란다. 서울에 있는 건 다 서울대라고 여기는 동네어른들을 탓해 무엇하랴. 시골도 아니고 서울의 변두리인 개봉동에서 살면서 겪은 일이다.

그러다가 우리 수지에도 얼마 전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축하현수막이 걸렸다.
'용인시 새마을 시 부녀회장' 당선 축하현수막이다. 회장으로 당선한 아파트 부녀회에서 내걸은 현수막을 보며 정말 동네잔치를 실감했다. 아파트마다 부녀회장들이 있고, 또 자연부락마다 부녀회장들이 있다. 각각의 부녀회장들이 동이나 리마다 대표하는 부녀회장을 뽑고, 그 대표부녀회장과 부회장이 모여 용인시를 대표하는 '용인시 새마을 시 부녀회장'을 뽑는 거다.

평소 명랑의 진수로 우뚝 선 수지사람이 용인시를 대표하는 시 부녀회장으로 뽑혔으니 동네잔치가 아닐 수 없다. 추대도 아니고, 서로 봉사를 잘해보겠다고 나서서 경선으로 뽑은 것이니 그 의미가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이것도 물론 기념으로 찍어 두었다. 사진을 보여 줄 수 없어 애석한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보고자하는 분은 연락주세요. 이메일로 보내 드리죠.

용인짱 회장님!
명쾌, 상쾌, 통쾌의 진수를 보여 주실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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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 시인이 만난 용인, 용인사람들

      박남 / 문학관(2005년 6월)
http://namfly.egloos.com/6990587
http://namfly.egloos.com/6990089






덧글

  • 갑바 2004/06/05 13:15 # 답글

    ㅎ ㅏ~ 즐겁네요^^ ㅋ 사실 그 대학 현수막은 정말 대단하죠.^^ 제 친구도 아파트 앞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현수막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어서..참 난감했다는...^^
  • namfly 2004/06/06 09:54 #

    하하... 현수막,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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