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명과 만화박물관
만화가 인생의 전부이던 시절이 그립다.
옛날어린이들은 만화로 인생을 배웠다. 나 역시 만화를 통해 삼라만상과 희로애락을 익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얻는 경험이나 지혜 못지않게 만화에서 얻는 정보나 교훈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초 강박증은 엄희자 님의 ‘잃어버린 하루’를 읽은 뒤부터다. 주인공 이름은 잊었어도 줄거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주인공이 학교 가는 길에 옆길로 새 하루 종일 노는 재미에 빠졌다. 도시락도 까먹고, 실컷 놀다보니 학교가 궁금하기도 하고 겁도 났다. 부랴부랴 교실에 도착해보니 이미 종례시간이다. ‘오늘 결석한 친구는 <잃어버린 하루>가 될 것이다’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만 들은 주인공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 뒤로 결석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만화의 위력, 대단하지요?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어린 시절 우상처럼 받들던 만화가 ‘하고명’이 시쳇말로 용인에 떴다. 40대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그 시절 ‘몰래한 사랑’처럼, <몰래한 만화방> 추억이 있으리라. 원삼면 죽능리 둥지골에 자리 잡은 ‘둥지만화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천국행 드라이브 코스 같다. 아름다운 산세와 황홀한 공기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명랑코믹의 대가 하고명 화백을 실제상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 화백은 중학교 때인 50년대 초부터 만화를 시작한 이래 지난 1964년, 군을 제대하고 박기당 화백의 문하에 들어가 명랑만화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아, 옛날이여~. 발걸음을 옮기며 전시 중인 만화책을 보니 어린 시절 만화책을 보며 울고 웃던 내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하 화백이 관장으로 취임해, 2002년 11월16일부터 문을 연 ‘둥지만화박물관’은 3층 건물 중 1, 2층 230평을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어마어마한 국내만화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들뜬 마음이 10대로 돌아가 보는 것마다 탄성이 튀어나온다. 함께 온 가족들은 아이보다 부모가, 그 때 그 시절 만화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표정이 한껏 즐거워 보인다.
50~70년대를 풍미한 인기 만화 희귀본 200여권과 미국과 일본만화 2천여 권, 최근 국내만화까지 하 관장이 소장한 5만 여권 이상의 만화가 진열을 기다리고 있다. 하 관장은 만화책과 원고 모으기에도 관심이 많아 한 권에 200만 원을 호가하는 김성환 화백의 코주부선생 1집 등 희귀 만화를 포함, 지금껏 수만 권의 만화를 수집해왔으며 이를 모두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7년에는 한국역사를 일본어로 만들어 재일한국인2세들이 우리역사를 알도록 보급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지금도 휴가 때면 만화책을 보따리로 빌려 보는 나로서는 ‘오늘의 감동, 가문의 영광’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앞으로 전국적인 인파가 용인으로 몰려들 것이다.
만화천국으로 가는 길, 만화로 세계정복을 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운이 좋으면 하 관장의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말만 잘하면 여러 장도 받을 수 있으니 가보로 보관하든, 친구들에게 선심 쓰든 기쁨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하 관장의 얼굴을 보니 어릴 때 보던 만화주인공과 많이 닮았다. 만화지망생을 육성하고 가족단위의 프로그램도 만들어 용인시민으로 성큼 다가가 자리 잡을 생각이라며 바쁜 시간을 내주었다. 하 관장님! 고맙습니다.
‘만화인생, 아자!’ 소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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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 시인이 만난 용인, 용인사람들
박남 / 문학관(2005년 6월)
http://namfly.egloos.com/6990587
http://namfly.egloos.com/699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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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 시인이 만난 용인, 용인사람들
박남 / 문학관(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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